최근 몇 년간 미디어아트 시장은 급성장했다. 캔버스를 벗어난 벽이나 바닥 등 다양한 공간을 도화지로 사용하는 미디어아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메타버스와 NFT의 기술적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번 연재로 미디어아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과 그 공간 속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예술은 고정관념의 진리처럼 불변하지 않는다. 예술은 변한다. 새로워지고 낯설어진다. 인류 최초의 예술로 꼽히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1만 8천5백 년 전에서 1만 4천 년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약 1만 8천 년 전에 끝났다고 한다. 인간이 무언가를 남기고자 한 열망이 예술이 되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최근 기술과의 만남으로 예술은 대변혁을 이루었다. 매체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 역시 마찬가지다. 매체예술이라고도 불리는 미디어아트는 1839년 사진의 발명 이후 이미지의 기계적인 재현과 복사가 가능해지면서 도래하게 된 TV, 비디오 같은 매체들을 바탕으로 점차 확정되어왔다.
미디어아트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종류도 변모해왔다. 백남준이 활동했던 시대에는 TV와 비디오였다. 오늘날에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와 영상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예술가들은 미학적으로 기존 매체들과 구분되는 독창성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여러 유형의 이미지 변형과 왜곡 기술이 유행하게 되면서 미디어아트는 현재 여러 장르와 결합하며 그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아트, 컴퓨터 아트, 넷 아트 등으로 미디어아트의 분류와 확정되는 분야를 살펴보자.
◇ 인터랙티브 아트
미디어아트가 회화나 조각 같은 예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작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에 있다. 미디어아트의 특징은 인터랙션(Interaction)이다. 인터랙티브 아트의 특징은 말 그대로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예술이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는 ‘상호 간’이라는 뜻을 지닌 인터(Inter)와 ‘활동적’이라는 뜻을 지닌 액티브(Active)의 합성어다. 예술가가 일방적으로 작품의 의미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관람자와 상호 소통을 할 수 있다. 작가와 작품 사이의 인터랙션도 가능하다. 그저 관람객이 수동적으로 작품을 보는 데 그쳤던 전통 예술과는 달리 인터랙티브 아트는 관람객들에게 능동적으로 작품에 대한 다양한 행동을 끌어낸다. 이를 위해 인터랙티브 아트는 시각, 청각, 촉각과 같은 관람객의 감각 행위에 해당 작품이 반응하도록 설계된다.
그렇다면 인터랙티브 아트의 대표 작품은 무엇인가? 1999년 미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카밀 우터백(Camille Utterback)과 이스라엘 출신의 컴퓨터 공학자 로미 아키튜브(Romy Achituv)가 공동 작업한 ‘텍스트 레인’(1999)이다. 대형 프로젝션 스크린에 투사된 관람객의 움직임에 맞춰 알파벳 문자가 흘러내린다. 관람객들에게 떨어지는 작은 영문 알파벳들이 마치 눈송이 같기도 하다. ‘텍스트 레인’에서 관람객이 체험하는 텍스트 애니메이션은 가변적 조합으로 재구성된 에반 짐로드(Evan Zimroth)의 언어와 신체에 대한 시인 ‘Talk, You’의 알파벳 문자들이다. 이 시는 1993년 출간된 시집 ‘Dead, Dinner, or Naked’에 수록되어 있다. ‘텍스트 레인’에는 모션 캡처 기술이 사용되었다. 모션 캡처는 전시장의 교육이나 놀이 프로그램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