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시대를 맞아 눈 부위가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해서 눈만 깜빡이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인공지능형 로봇 사진가의 탄생이 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광활한 대지를 담은 풍경사진이나 맹수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찰라의 순간을 포착하는 다채로운 사진작업을 로봇 사진가라고 못해낼 리 없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천 미터 아래의 해저나 위험하기 그지없는 용암지대나 절벽 같은 곳을 로봇 사진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몸속의 부품 중 일부로 사진 장비를 갖춘 로봇 사진가가 등장한다면 사진의 역사는 어떻게 바뀔까? 로봇 사진가의 작업도 예술작품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인공지능 로봇 사진가의 미래를 쉽게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인간 사진가의 미래는 조금 예상해 볼 수 있다. 자신만의 철학을 갖춘 작업을 하지 못하면 예술가로 오래도록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조각 디자인은 컴퓨터로, 제작은 3D 프린팅으로
사실, 미술 분야의 조각가들은 다른 분야에 비해 알게 모르게 작업 과정에서 육체적인 고충을 많이 겪어왔다. 석조 조각의 경우, 무거운 돌을 옮기는 것부터, 깎고 다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가루는 미세먼지보다 더 몸에 유해하다. 레진 같은 재료는 특히나 작업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배출되기도 한다. 유리공예품은 또 어떤가. 수세기동안 뜨거운 온도에 달군 유리를 금속 빨대에 매달아 일일이 입으로 불어야 했다.
반갑게도,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이런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인류를 이롭게 한 기술 개발 분야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코 3D 프린팅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 획기적인 기술은 1980년대 초반에 개발돼 점차 발전해왔는데, 스캐닝이나 모델링을 통한 3차원 이미지 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매우 복잡한 형상을 빠르고 용이하게 구현한다. 또한, 3D 프린팅을 통한 제조 방식은 기존 공정에 비해 소요되는 에너지는 약 50% 이상, 소재는 약 9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커서 다양한 방면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조각분야에서는 3D 프린팅을 사용하면 더 이상 무거운 무게나, 유해물질로부터 건강을 위협당할 이유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조각가는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이후 제작 공정은 3D 프린팅으로 대신해 더 나은 환경에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조각가의 선택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활성화되는 미술 시장
현대미술에서 떠오르는 장르는 디지털 아트 분야이다. 하지만 제작하고 판매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작품이 쉽게 불법 복제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 문제는 미술시장에서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데, 오래전부터 작품에 대한 증명서 위조와 위작 시비까지도 골칫거리였다.
4차 산업의 주요 기술인 블록체인과 예술이 만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블록체인의 익명성, 비가역성, 투명성이라는 속성이 미술시장을 혁신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분산형 구조가 특징인데 이를 활용하면 콘텐츠 저작권 보호가 수월해지고 불법 콘텐츠 복제 및 유통, 저작권 권리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제한된 수의 사본을 발행하고 이 소유권을 증명하는 고유 블록에 다시 연결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아일랜드 출신 사진작가 케빈 아보쉬의 디지털 사진작품 ‘포에버 로즈’(Forever Rose)가 블록체인으로 암호화한 후에 10억 원에 팔렸다. 이 작품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수정은 물론 위변조 및 불법복제 등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무한복제가 가능했던 일반 디지털 사진과는 달리 세상에서 하나뿐인 예술품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