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과 미디어아트의 미래
20세기 중반 이후로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가 등장했다. 미디어아트는 조형예술이라고 말하는 회화나 조각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문학, 건축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기술과 예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일반적으로 기술 발전은 예술에 있어서 표현기법의 발전과 양식의 진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예가 19세기에 이루어진 사진과 튜브 물감의 발명이다. 1839년 사진의 발명은 현실을 모사하는 데 그쳤던 회화를 재현에서 해방했다. 1841년 존 고트랜드가 개발한 튜브 물감은 화가들이 집 밖으로 나가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모네의 ‘인상, 일출’(1872)로 대표되는 ’인상파‘이다. 인상파는 이후의 미술사조가 만들어지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기술 발전이 가히 예술 발전을 이룬 셈이다.
미디어아트에 대한 개념적인 정의는 시대 상황과 사회 또는 문화의 복잡한 범위로 인해서 그 개념의 정의가 불분명하다. 명칭도 디지털 미디어의 어느 부분에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장르 간의 혼합과 혼종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장르 간의 구분이 불필요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이 있다. 기술은 예술에 있어 표현과 작품을 드러내는 도구라는 점이다. 미디어아트는 기술 발전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을 도구로 활용할 뿐이다.
미디어아트가 미래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진 않는다. 미디어아트는 사진, TV, 비디오카메라, 컴퓨터, 인터넷, VR, AR 같은 매체를 도구로 활용한다. 그리하여 앞으로 등장하게 될 또 다른 매체는 미디어아트의 소재가 되고, 미디어아트는 이를 통해 표현을 확장한다. 바나나가 누군가에는 다이어트 식품이나 한 끼 식사이지만, 마우리치오 카텔란에게는 ‘코미디언’(2019) 같은 작품이 된 것처럼 말이다. 새롭게 등장할 매체는 원래 쓰임새와는 상관없이 미디어아티스트에게는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미디어아트의 미래는 기술 발전을 토대로 계속 진화할 걸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