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 1편

1편 미술시장에서 대세가 된 NFT의 정체는

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

1492년 8월 3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0~1506)는 에스파냐의 이사벨 1세(1451~1504) 여왕으로부터 지원받은 산타마리아호, 핀타호, 니나호 등 3척의 선단을 이끌고 팔로스항을 출발해 신대륙을 찾아 떠났다. 콜럼버스는 두 달간의 항해 끝에 10월 12일 중남미의 카리브해의 연안인 산살바도르에 도착,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역사는 콜럼버스를 최초의 아메리카에 도착한 유럽인으로 기록했다. 그 후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인에 의해 정복당하고 원주민들은 학살당하는 수난을 맞이하지만, 결국엔 세계 최대 강국이라 불리는 미국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된다. 역사에서 늘 새로운 발견은 명과 암이 되었으며, 인류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왔다.

2016년 이세돌 9단에 4대 1로 승리한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포문이 열렸다. 5년 뒤인 현재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으로 대두되는 NFT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NFT기술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빗대어 표현하면 과장일까? 연일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NFT 투자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대표 방송사인 폭스를 비롯해 국내 업계 1위인 삼성까지도 NF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걸 보면, NFT시장은 신대륙과도 같을 것이다. NFT는 도대체 무엇이고, 왜 열풍이 되고 있을까?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을 가진 NFT. (사진=www.ledgerinsights.com)


◇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NFT의 정체는?

NFT는 ‘Non Fungible Token’(‘논 펀저블 토큰’으로 발음)이라는 말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NFT는 기존의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고 있어 위조나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의 1만 원권 지폐나 1비트코인은 다른 1만 원권 지폐나 1비트코인과 가치가 동일하기 때문에 서로 일대일 교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1NFT와 1NFT는 같은 1NFT라도 해도, 각각 블록체인 기술로 고유한 식별자인 ‘해시’ 값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체가 불가능하다. 대체 불가능한 속성으로 디지털 자산에 희소성과 가치를 부여한다.

그렇다면 NFT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먼저 NFT는 가상화폐 중에 한 종류인 이더리움의 토큰 발행 표준 중 하나인 ERC-721로 발행된 토큰이다. ERC-721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구현되는 NFT의 표준을 의미한다. ERC-721을 NFT라고 이해하면 된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기반 코인, 비트코인 같은 일반적인 가상화폐는 ERC-20이다.

NFT는 JPG, GIF, 오디오 등 다양한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탈중앙화한 블록체인 형태로 발행해 보관하는 형식으로 복제나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일종의 ‘디지털 진품 증명서’로 불리며 유일무이한 고유성과 소유권 증명이 가능하다. 또한, 각각의 토큰이 가진 가치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가격도 다르게 매길 수 있다. 미술품이 가진 가격이 각기 다르기에 NFT와 잘 맞아떨어진다.

NFT 거래 사이트인 오픈씨에서 판매중인 크립토키티 고양이 캐릭터. (사진=opensea.io)


◇ NFT의 시초라 불리는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

오늘날 급부상한 NFT의 시초는 무엇일까? 바로 2017년 미국의 스타트업 대퍼랩스(Dapper Labs)가 개발한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이다. 크립토키티는 가상의 고양이 육성 게임이다. 1990년대 유행했던 게임인 ‘다마고치’와 비슷하다. 다마고치는 자신만의 펫을 육성하는 최초의 게임이다. 이용자는 NFT화된 고양이들을 교배해 자신만의 희귀한 고양이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각의 고양이는 NFT화돼 고유의 일련번호를 부여받는다. 유저들은 희소성이 있는 새끼를 키워서 NFT로 고양이를 사고팔 수 있다. 고양이들은 맨 처음 만들어진 고양이가 시조 세대를 의미하는 젠0로 분류된다. 같은 젠0끼리 교배해서 나온 고양이가 젠1이고, 또 같은 젠1끼리 교배하면 젠2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고양이들은 같은 세대끼리만 교배가 가능하다.

크립토키티는 최초의 블록체인 게임이자 NFT의 시작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수집욕을 자극하는 형태의 NFT는 게임의 속성과 잘 맞았다. 게임에서도 이미 아이템 하나가 수천만 원, 비싸면 수억 원에 거래됐다. 그래서인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키립토키티는 2017년 당시 거래량이 10만 건에 육박했을 정도이다. 당시 이더리움 시세로 희귀 고양이가 11만 8000달러(약 1억 3천만 원)에 거래되며, NFT가 성공한 첫 서비스로 평가받았다. 고양이 교배 게임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투자했다니 놀랍지 않은가?

‘NBA 탑 샷’(NBA Top Shot)’에서 판매중인 농구 카드. (사진=nbatopshot.com)


◇ 미술시장 뿐만 아니라 게임, 스포츠, 음악 업계에서 주목받는 NFT

NFT는 디지털 파일에 희소성을 부여하고 자산 소유권을 명확히 함으로써 미술시장을 비롯한 게임, 음악, 스포츠, 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2020년부터 대퍼랩스와 손잡고 NFT 거래 플랫폼인 ‘NBA 탑 샷’(NBA Top Sho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가장 성공한 NFT 플랫폼 중 하나이다. NBA는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한된 수로 NFT를 만들어 판매한다. 2000년대 이전에 팬들이 NBA 선수들의 모습을 종이 카드에 그려낸 카드를 수집하던 취미가 디지털로 이동한 것과 같다. 해당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은 유명 선수들의 하이라이트를 짧게 편집한 영상을 거래할 수 있다. NBA 탑 샷은 35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했으며 이 가운데 10만 명 이상이 NFT 카드를 한 번 이상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NBA의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올해 6월 16일 한국농구협회(KBL)에서도 국내 블록체인 기업 블루베리NFT와 퍼블리시티권 계약을 맺었다. 블루베리NFT는 한국프로농구 10개 구단과 소속 선수들의 영상, 초상, 이름, 캐릭터 등을 활용해 농구 카드 등 팬들이 구매하고 거래할 수 있는 가상 자산을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만들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 편부터는 급성장하는 NFT미술시장을 통해 NFT가 미술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본격적으로 알아보겠다.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는...

2010년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통신부에서 프랑스 문화재 감정과 문화재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시기획사인 이상아트(주)의 대표이사이자 유럽 문화예술콘텐츠 연구소 소장으로 예술감독, 전시기획자, 칼럼니스트, 강연자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본 칼럼은 이데일리에 [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으로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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