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프랑스의 예술가 마르셀 뒤샹은 미국 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에 리처드 머트(R.Mutt)라는 가명으로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어 ‘샘’(Fontaine)이라는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뒤샹은 이 작품으로 예술계를 발칵 뒤엎을 뿐만 아니라 예술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그는 레디메이드(ready-made), 즉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을 활용해 본래의 도구적 기능이나 목적을 박탈하고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작품으로 창조했습니다. 이로써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현대미술이 점점 난해하고 복잡해지고 이론이 중요해지는 것의 출발은 뒤샹에 있습니다.
샘이 등장한 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세월 동안 인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전기 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이 일던 2차 산업혁명을 지났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이 불던 3차 산업혁명을 거쳤습니다. 현재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기반의 만물 초지능 혁명으로 사람, 사물, 공간을 초연결하고 초지능화해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했습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예술을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