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 8편

8편 예술가에 기회 제공하는 NFT

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

미국의 영화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 배역을 맡으며 모티브로 삼은 실제 인물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와 민간 우주개발 업체인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이다.

그는 1971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났다. 캐나다 킹스턴 퀸즈대학에서 수학하다가 199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로 편입해 물리학과 경제학 복수전공 학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합격했으나 창업가의 길을 선택하면서 합격 통지만 받고 자퇴하고 실리콘 밸리에 입성한다.

24세에 신문 출판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집투(ZIP2) 창업을 시작으로 젊은 벤처 기업가가 된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의 전신이 된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엑스닷컴을 설립하고 1년 만에 매각해 억만장자가 됐다. 오늘날 우리가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처럼 일론 머스크는 화제성을 몰고 다니며 전 세계의 시선을 끈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은 그의 말 한마디에 급등했다가 반등하기도 한다.

그래서였을까. 일론 머스크의 전 연인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본명은 클레어 엘리스 부쉐어)가 2021년 3월 3일 가상 이미지에 자신의 노래를 배경으로 한 ‘워 님프’(War Nymph, 2021)라는 디지털 그림 10점을 NFT로 만들어 니프티게이트웨이에서 경매에 부쳤는데, 20분 만에 580만 달러(약 65억 원)에 낙찰됐다. ‘뉴본 1~4’(Newborn 1~4), ‘워 님프의 전투’(Battle of the War Nymphs), ‘옛것의 죽음’(Death of the Old), ‘하이레스의 신들’(Gods in Hi-res), ‘로코코 모노리스’(Rokoko Monolith) 등이다. 무엇보다 일론 머스크의 연인이라는 점과 유명인이라는 점이 한몫했다. 그렇지만 NFT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판매를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거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와 민간우주개발 업체인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사진=usnews)

◇ 미술품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는 NFT

NFT는 창작가에는 어떤 기회가 될까? 먼저 미술품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NFT가 원본의 가치를 증명하고 소유권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디자인 분야나 캐릭터 분야에 있어서 원작자의 수익 창출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방’들(밈)은 대중적인 인기는 좋지만, 정작 작가에게는 수입이 0원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몸통이 팝 타르트로 되어있는 회색 고양이가 우주를 배경으로 무지개를 그리며 날아다니는 이미지가 있다. 인터넷상에서 누구나 한 번은 봤을 수 있는 ‘니얀 캣’(Nyan Cat)이다. GIF로 이미지 파일로 2011년 처음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 이미지는 1980년대 기술의 한계로 인해 구현됐던 8비트 그래픽 방식으로 제작됐다. 니얀 캣은 복고풍이 물씬 느껴진다.

니얀 캣을 만든 원작자는 GIF 이미지를 영상으로 리마스터한 다음에 NFT화했다. 이전까지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고 저장할 수 있었던 컴퓨터 파일에서 NFT 자산으로 변모한 것이다. 2021년 2월 19일 300이더리움, 그러니까 58만 달러(약 6억 5천만 원)에 팔렸다. 물론, 지금도 이 이미지나 영상은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유자는 따로 있다. 창작물을 NFT화 하면, 블록체인상으로 절대로 훼손될 수 없는 진품 증명서를 발급받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이렇듯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예술작품까지도 NFT화하면 판매의 가능성이 열리고, 거래가 활성화될수록 미술시장의 외형은 더욱 커진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판매금을 받기까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NFT마켓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바로 판매금이 입금된다.

일론 머스크의 연인인 그라임스의 ‘워 님프’(War Nymph, 2021). 총 10점의 NFT 작품이 경매 시작 20분 만에 580만 달러(약 65억 원)에 낙찰됐다. (사진=niftygateway)

◇ 갤러리 안 거치고, 작품 판매 가능케 하는 NFT

화랑을 일컫는 영어 단어 ‘갤러리’(Gallery)는 이탈리아어 ‘갤러리아‘(Galleria)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지붕이 있는 긴 복도라는 뜻인 회랑(回廊)을 의미한다. 그 시작은 피렌체공화국의 정치 경제적 번영과 이탈리아 르네상스 발전에 기여한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데 메디치(1389~1464)가 자신의 저택 회랑에 전시된 예술품을 시민들에게 개방한 이후부터다. 귀족들이 소장품을 지인들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집안에 만든 방들이 늘어나면서 곳곳이 갤러리아가 됐다.

15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600년 넘도록 갤러리는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1차 미술시장의 역할을 해왔다. 무엇보다 갤러리는 예술작품을 구매자인 컬렉터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면서 예술가의 성장과 자립을 이루게 했다. 그렇다고 무상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니까. 예술가는 갤러리에 일종의 수수료로 판매 대금을 지불했다.

NFT의 등장으로 NFT 미술시장에서는 더는 이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술가들은 갤러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컬렉터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예술시장의 중요한 중개 역할을 해온 갤러리들을 배제한 채 직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갤러리에서 전속된 작가의 작품은 NFT해서 올리는 작품은 예외이다. 다만, 작품 홍보와 마케팅 그리고 관련한 작품 자료 작업 및 제반 행정 업무도 전부 작가 개인의 몫이다.

갤러리가 예술품을 판매했을 때 일정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건 단순히 전시 공간만을 제공했기 때문이 아니다. 갤러리는 작가와 작품을 단순히 홍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층 더 격상 시켜 이른바 ’프로모션‘(promotion)한다. 프로모션에는 ‘밀어붙이다’(push-forward)는 뜻이 담겨 있다. 작가 개인이 판매할 수 없는 작품일지라도 갤러리가 나서 컬렉터가 구매하도록 밀어붙인다고 이해하면 된다. 또한, 갤러리는 작품의 가치를 보증하고 추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역할도 포함한다. 이런 여러 단계의 주요 부분들을 생략했으니 NFT마켓에서 작품 판매 시 작가들의 몫은 더 늘었지만, 홍보를 비롯해 작가가 해야 일이 훨씬 더 많아진 셈이다.

NFT 자산으로 변모한 8비트 이미지 ‘니얀 캣’(Nyan Cat). (사진=gccbusinessnews)

◇ 작품 전시 환경을 바꾼 NFT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불어닥친 후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이 사람들과 직접 만나거나 접촉하지 않는 비대면이 강조됐다. 그래서 작년 3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도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을 정도다. 대신 온라인 뷰잉룸을 통한 아트페어와 전시가 줄을 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온라인 전시로의 강제 전환을 하게 한 셈이나 다름없다. 온라인 전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으나, 실물 작품은 따로 있었고 단순히 온라인으로 보여주는 역할에만 그쳤다. 하지만 NFT 미술품은 작품의 원본성 및 소유권을 보호하면서 그 자체로 사고팔 수 있기에 온라인 전시와 딱 들어맞았다.

관람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에는 지갑을 열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실물 미술품을 구매한 후 다시 판매하려면, 갤러리나 경매사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던 것과는 달리, NFT 미술품은 NFT마켓에서 바로 판매가 가능하기에 미술품 투자를 위한 재테크로도 적절히 쓰이고 있다. 이로써 미술품 거래가 손쉬워지고 더욱더 활성화된다.

작품 쓰임새도 달라졌다. 작품을 사고 나서 보통 집에 걸어두는데 NFT 미술품은 스크린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고, 디지털 소유권을 가진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걸로 변모한다. 작품이 실물로만 존재하지 않아도 되기에, 예술의 개념은 더욱더 넓혀질 전망이다. 동시대 미술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을 담는 것도 예술이라 불리는 마당이기에 예술 세계는 더 확장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NFT는 예술가의 창작의 지평을 확장하는 도구이다.

◇ NFT 작품 만드는 방법은?

그렇다면 예술가들의 입장에서 NFT 작품을 어떻게 만들고 판매해야하는지 궁금해할 것 같다. 예술품을 NFT화 하는 것이 ’민팅‘이라면, NFT마켓에 경매에 부치는 것은 ‘드롭’(drop)이라고 한다. 민팅을 하려면 수수료로 비용이 발생한다. 오픈시 같은 경우, 가스피(Gas Fee)라고 불린다.

예술가들은 NFT로 민팅한 예술작품을 모든 NFT 자산을 취급하는 오픈시, NFT 미술품에 특화된 니프티게이트웨이, 엄선된 작가의 NFT 미술품을 판매하는 수퍼레어 등에 드롭할 수 있다. 이 중 한 가지 NFT 마켓에 올리면 된다. 동일한 작품을 두 군데 이상의 다른 플랫폼에 올리면 구매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NFT 미술품이 판매되기 위해선 작가 스스로 발 벗고 뛰어야 한다. 그렇다고 당장 판매가 되지 않는다고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작품이라면 그 가치를 알아줄 누군가가 반드시 나타난다. 다만, 시일은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NFT가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창작 환경의 변화가 크지만, 무엇보다 작품이 현물 가치로 환산할 수 있게 되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예술가도 사람인 이상 먹고 살아야 작품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NFT 미술시장으로 뛰어들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예술가들의 활동을 기대한다.

엄선된 작가들만 NFT 미술품을 올릴 수 있는 NFT마켓인 슈퍼레어의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superrare)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는...

2010년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통신부에서 프랑스 문화재 감정과 문화재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시기획사인 이상아트(주)의 대표이사이자 유럽 문화예술콘텐츠 연구소 소장으로 예술감독, 전시기획자, 칼럼니스트, 강연자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본 칼럼은 이데일리에 [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으로 연재되었습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453046629245392&mediaCodeNo=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