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 7편

7편 디지털아트와 NFT의 만남

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

전시장을 가득 메운 LED 조명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스크린에 비춰지는 그림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히 다가온다. 부산 해운대에 있는 미디어 전문 미술관인 뮤지엄 다(Museum DAH)에서 볼 수 있는 전시 풍경이다. ‘다’(DAH)는 Digtal(디지털)·Art(아트)·Hall(홀)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일반적으로 정지된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과는 달리 뮤지엄 다에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디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50평 규모로 약 8천만 개 초고화질 LED 발광 다이오드가 바닥, 천장, 벽면 등에 설치돼 있다. 예술과 4차 산업 시대의 첨단과학이 결합해 창조해낸 새로운 디지털 아트 공간이다.

뮤지엄 다 뿐만 아니라 담양 죽녹원에 있는 이이남아트센터, 용인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 제주도에 있는 제주 아르떼뮤지엄 등으로 전국에서 디지털아트를 접할 수 있다. 디지털아트는 단지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관람객의 반응에 따라 작품이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아트(interactive art)의 경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 연령층에 흥미와 재미를 준다.

◇ 복제 가능한 디지털아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NFT

현대미술에서 떠오르는 장르는 무엇일까? 바로 디지털아트 혹은 미디어아트이다. 이 칼럼에서는 디지털아트로 칭하겠다. 디지털아트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조각·회화·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미술 행위를 뜻한다. 1970년대 이후 컴퓨터 아트와 멀티미디어 아트, 미디어 아트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다양한 예술 작품과 작업이 모두 디지털아트라는 개념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디지털아트의 시초는 백남준을 비롯한 비디오 아트 작가들이 후반 작업을 컴퓨터를 활용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부산 해운대에 있는 미디어 전문 미술관인 뮤지엄 다(Museum DAH)의 전시전경. (사진=www.museumdah.com)

우리는 쉽고 편하게 디지털아트를 만난다. 전시장에 가지 않아도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나 TV에서도 디지털아트를 볼 수 있다. 유명 기업들의 TV 모니터 광고 영상은 단 한 장의 사진보다는 디지털아트 같은 영상 작품을 넣는다. 영상 작품이 일반 사진보다 더 생동감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쉽게 디지털아트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 디지털아트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예술가들의 입장에서는 고충이 많다.

무엇보다 작가들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작품이 jpg, gif, mp4, avi 같은 디지털 파일이기 때문에 쉽게 불법 복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존에 디지털아트가 상품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불법 복제를 피하는 것은 작품을 프린트물이나 의류, 문구류 등 물리적인 형태로 출력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누구나 손쉽게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아트는 기존 미술시장에서 가치를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복제가 가능하기에 원작자의 동의나 허락을 구하지 않고 가공하거나 변형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무엇보다 디지털아트의 판매 또한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이를 해결한 방법이 생겼다. 바로 NFT로 만드는 것이다.


◇ 디지털아트를 NFT작품으로 제작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디지털아트를 NFT작품으로 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진위 판별이다. 누구나 손쉽게 복제품을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위조품이 만들어졌을 때 진위를 판별하기 어렵다. NFT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장부를 통해 처음 판매자가 작품을 올린 뒤부터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계속 기록된다. 이를 통해 NFT화된 디지털아트는 진위를 판별하게 한다. 두 번째는 도난에의 대처이다. 실물 작품은 언제나 도난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NFT작품은 그러한 도난 위험성이 없다. 다만, 데이터 분실이나 계정 해킹 등의 가능성은 있다.

끝으로 NFT 예술작품은 위변조가 불가하다. 한번 블록체인상에 기록된 NFT 소유권은 위변조 할 수 없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NFT는 ‘대체할 수 없는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말 그대로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기에 ‘디지털 원본 저작권’ 또는 ‘디지털 공인인증서’로도 불린다. 그렇기에 진품 보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예술작품과 디지털 수집품, 게임 아이템 등의 거래에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 앤드류 벤슨의 작품 ‘액티브 제스처 10’(Active Gestures 10)은 3,049달러(한화로 350만 원)에 판매됐다. (사진=time.com) 

이런 특징들을 종합해보면 디지털아트를 NFT로 제작하는 이유는 기존 미술시장에서 실물 미술품이 희소성 있는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디지털아트가 판매와 유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있다. 복수 에디션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진이나 영상이 복제나 위변조가 불가능한 NFT로 발행되어 고유성을 인정받는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 기술로 새롭게 등장한 NFT는 디지털 세계의 속성이던 복제를 원본으로 탈바꿈해 준다.


◇ 진정한 의미의 NFT 디지털아트는?

디지털아트는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이후에 사진, 영상 등의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더욱 확장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예술가는 다양한 디지털 도구나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작품을 제작할 수도 있게 되었다. 대중 또한 온라인을 통해 이런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기술의 개방은 누구나 디지털아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적인 가치를 부여했다. 이 가운데는 그저 한번 눈으로 보고 넘길 수 있는 수준 낮은 작품도 적지 않았지만, 우리의 시선을 고정하고 생각의 전환을 주는 수준 높은 작품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누구나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해서 저장할 수 있었기에 상품적인 가치는 전무했다. 하지만 디지털아트를 NFT화된 작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개념주의 예술가이며 환경미술가인 제니 홀저가 올해 제작한 신작 NFT 비디오 작품인 ‘현재’(PRESENT). (사진=christies.com)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는 NFT 디지털아트는 무엇일까? 현재는 기존 실물로 존재하는 예술 작품도 NFT화 하면 NFT 디지털아트로 불리고 있다. NFT가 기존 미술시장에 있던 유통이나 위작, 판매의 어려움 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NFT화 되는 모든 예술 작품이 NFT디지털아트로 불리는 것은 너무 포괄적인 정의가 아닐 수 없다.

작가들이 일부로 NFT화를 노리고 만드는 디지털아트도 NFT디지털아트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4차 산업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가상공간을 사유하고 나서 그 결과물을 온전히 디지털 파일로 제작해 유일무이한 원본성을 인정받게 하는 작품이 진정한 NFT디지털아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NFT 디지털아트를 통해 메타버스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어야지, 우리는 그것을 온전한 NFT 디지털아트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다면 너무 과장일까?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개념주의 예술가이며 환경미술가인 제니 홀저는 올해 제작한 신작 NFT 비디오 작품인 ‘현재’(PRESENT)를 출품하며 작품 제작 기법에 다음과 같이 표기했다. ‘디지털에서 탄생, 싱글채널 비디오’(digital born, single-channel video)’.

제니 홀저의 사진. 그녀의 작품은 ‘텍스트’를 재료로 선택해 주로 옥외 광고판, LED 전광판 같은 공공 장소에 글귀와 아이디어를 게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사진=www.thecut.com) 


◇ NFT가 몰고 올 변화의 바람은?

누구나 파일로 소장할 수 있는 NFT 작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NFT가 무언가를 소장하고 싶은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하고, 문서상으로도 소유자가 바로 그 자신임을 증명해주는 데 있다.

이제까지 소장 욕구를 못 주는 예술작품은 시장의 외면을 받아왔다. 디지털 파일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아트는 소장 욕구를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손쉬운 복제로 인해 자본투자적인 면에서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아트와 NFT의 만남으로 이제는 달라졌다. 유명 가수 김건모의 노래 제목처럼 ‘잘못된 만남’이 아니다. 오히려 잘된 만남이다. 신기술은 언제나 미술사를 새로이 써왔다. 1826년 프랑스의 조세프 니세포르 니에프스(Joseph Nicephore Niepce)가 8시간의 노출 끝에 완성한 ‘르 그라의 집 창에서 본 조망’(Point de vue du Gras)으로 처음 등장한 사진은 현실 재현을 해왔던 회화의 한계를 깨부수었다. 1841년 미국의 존 고프 랜드(John Goffe Rand)가 발명한 튜브 물감은 미국 특허 2252번으로 특허등록을 받았다. 이를 통해 인상파 화가들은 작업실이 아닌 야외 공간으로 나아갔고, 미술적 표현의 한계를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NFT는 디지털 아티스트들에게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인가? 디지털 아티스트들은 이제 NFT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더 다양한 방식으로의 작품 판매를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디지털 아티스트들을 응원한다. 어딘가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작업을 하고 있을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의 NFT 작품을 인정받고 판매까지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한다.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는...
2010년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통신부에서 프랑스 문화재 감정과 문화재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시기획사인 이상아트(주)의 대표이사이자 유럽 문화예술콘텐츠 연구소 소장으로 예술감독, 전시기획자, 칼럼니스트, 강연자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본 칼럼은 이데일리에 [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으로 연재되었습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87366629243096&mediaCodeNo=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