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2편

2편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

딥드림, 넥스트 렘브란트, 아론

이상미가 전하는 '4차산업과 예술'

구글 딥드림이 수천개의 달러로 그린 추상화 (출처 - 구글)

인류 최초의 예술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6만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스페인 북부에서 발견된 고대시대의 라스코 동굴벽화입니다. 이 벽화를 그린 예술가는 네안데르탈인으로 추정됩니다. 

회화는 예술을 통틀어 가장 역사가 깊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파블로 피카소 등 주요 예술가들은 회화를 기본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가장 도전에 직면한 예술 분야는 다름 아닌 회화입니다. 회화에 대한 인공지능의 연구와 개발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은 딥러닝 학습을 통해 유명 화가처럼 그림을 그립니다. 구글은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앞서 인공지능 화가 딥드림(Deep Dream)을 탄생시켰습니다. 결과물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추상적인 이미지를 닮았다고 해서 딥드림이라고 지어졌습니다. 딥드림은 추상적 이미지를 만드는 인공 신경망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딥드림은 빈센트 반 고흐의 화풍을 모사합니다.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27살에 그림을 시작해 37살로 죽기 전까지 10년 동안 879점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고흐의 특징은 두드러진 색채 표현입니다. 고흐는 1890년 세상을 떠났는데, 그 후 약 126년이 지나 딥러닝은 마치 되살아난 고흐처럼 그림을 그립니다. 딥드림이 그린 추상화 29점은 2016년 2월 샌프란시스코 미술 경매에서 총 9만 7000달러에 판매됐습니다. 

네덜란드 ING,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여한 넥스트 렘브란트. (출처 - 넥스트 렘브란트)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는 네덜란드의 광고 회사 월터 톰슨이 기획해 ING,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공동으로 2년간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인공지능에 렘브란트 작품 346점의 데이터를 토대로 딥러닝 기법으로 학습시켰습니다. 

3D 스캐너를 이용해 물감이 만들어내는 요철까지 모두 자료화했습니다. 렘브란트 반 레인은 바로크 시대인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그는 26세에 그린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로 유명해졌습니다. 미술사에서 초상화가로 손꼽힙니다.

63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유화, 판화, 드로잉 등 100점에 가까운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넥스트 렘브란트는 3D프린터로 유화의 질감과 물감의 두께까지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론과 해롤드 코헨의 모습. (출처- Hank Morgan)

딥드림과 넥스트 렘브란트보다 40년 전 먼저 개발된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화가이자 예일대 교수인 헤럴드 코헨이 1973년 공개한 아론(Aaron)입니다. 아론은 스스로 그림을 그립니다. 


아론은 진화를 거듭하며 1980년대에는 3D 공간에 물체나 사람을 배치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직접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론이 그린 그림은 헤럴드 코헨이 기증해 1986년 영국 런던에 있는 테이트 미술관에 소장됐습니다. 1995년에는 미술품 경매를 통해 미술 컬렉터의 품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구글 딥드림이 두 장의 이미지를 합쳐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 (출처 - 구글)

딥드림이나 넥스트 렘브란트의 개발 목적은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 화가 양성에 있지 않습니다. 핵심은 인공지능으로 미술 모사 기술 제공에 있습니다. 주로 미술 복원 분야에 쓰일 예정입니다. 또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이나 발상의 전환을 주어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화가가 그린 작품은 예술인가요? 예술이 아닌가요? 답하기 전에 렘브란트의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렘브란트는 첫 아이를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잃었습니다. 둘째와 셋째는 한 달도 못 넘겼습니다. 마침내 넷째 아이는 살아남지만, 아내는 아이를 낳다 죽고 맙니다. 렘브란트는 실의에 빠진 상태에서 ‘야경’을 그렸습니다. 미술사에 길이 남는 최고 단체 초상화이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렘브란트는 명성을 잃고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발길이 끊어져 쓸쓸하고 비참한 말년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렘브란트는 63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 그림을 그렸습니다. 

렘브란트의 그림은 300억에서 500억 원대를 호가합니다. 반면 넥스트 렘브란트의 그림은 900만 원 정도입니다. 물론 절대 낮지는 않습니다. 인공지능 화가는 아직 기존 화가들의 화풍을 따라 하는 걸로 비춰집니다. 모방입니다. 예술은 창조입니다. 인공지능 화가의 그림은 아직 예술이 아닙니다. 설령 인공지능 화가가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고 해도 모두 예술이 되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 그렸다고 모두 예술이 되는 게 아니듯이 말이죠. 

렘브란트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었다고 판단할 권리는 화가에게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아직 사람에 의해 인공지능이 그림을 하지만 직접 작품을 완성하고 판단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발전과 진화를 거듭해 예술을 하는 인공지능 화가들을 만나게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이때 우리는 진짜 인공지능 화가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

◇이상미 대표는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 통신부로부터 ‘프랑스 문화 자산 및 문화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외국인 최초로 수석으로 2010년에 취득했다. 파리 현대 미술 갤러리 및 드루오 경매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서래마을에 있는 이상아트 스페이스에서 회화, 설치, 조각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시와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 본 칼럼은 이데일리에 <이상미가 전하는 '4차 산업과 예술'>으로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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