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과 예술 7편

7편 로봇 조각가 VS 인간 조각가의 대결

“4차 산업으로 변하게 될 조각의 미래”

이상미가 전하는 '4차산업과 예술'

자신의 목소리조각 작품 앞에 서 있는 질 아자로. (출처 : gillesazzaro.com)

조각은 회화만큼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회화는 2차원의 평면미술이고, 조각은 3차원의 입체미술입니다. 

조각에 사용되는 재료는 돌, 나무, 흙, 섬유, 종이, 얼음 같은 자연물에서부터 석고, 금속, 수지, 유리, 납 등 인공물까지 다양합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재료들도 사용됩니다. 

소재를 깎는 방법으로 조형해 나가는 것을 조각, 소재를 붙여가는 방법으로 조형하는 것을 소조라고 합니다. 20세기 이후 동시대인들이 만들어가는 현대미술은 조각과 소조를 입체조형이라고 해석해 조각이란 말로 널리 쓰입니다.

콰욜라의 <라오콘> 조각 (출처 :odimag.com)

4차 산업과 예술의 융합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는 조각입니다. 4차 산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3D 프린팅입니다. 3D 프린팅은 1980년대 초반에 개발돼 점차 발전해왔습니다. 

스캐닝이나 모델링을 통한 3차원 이미지 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매우 복잡한 형상을 빠르고 용이하게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3D 프린팅을 통한 제조 방식은 기존 공정에 비해 소요되는 에너지는 약 50% 이상, 소재는 약 90% 이상 절감할 수 있습니다. 

3D 프린팅은 자동차, 항공우주, 의식주, 의료기기, 방위산업, IT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물론 예술도 예외는 아닙니다. 앞으로 조각가는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이후 제작 공정은 3D 프린팅으로 대신해 더 나은 환경에서 작품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시작 버튼을 누르면 레이저빔이 3D프린팅 조각품을 스캔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목소리를 재생한다. (출처 : gillesazzaro.com)

그동안 조각가들은 알게 모르게 작업을 하면서 고충을 겪어왔습니다. 석조 조각의 경우, 무거운 돌을 옮기는 것은 기계로 해결한다고 쳐도, 깎고 다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미세먼지보다 더 유해합니다. 레진 같은 재료는 작업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배출되기도 합니다. 유리공예품은 또 어떤가요? 그동안 뜨거운 온도에 달군 유리를 금속 빨대에 매달아 일일이 입으로 불어야 했습니다. 

여기에다 공간적인 제약도 존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소 제작에서 중요한 것은 광선입니다. 즉 작업실 내 광선의 변화가 심한 곳이나 통풍이 너무 잘 되는 곳은 조소 제작에 제약을 받습니다. 작품을 만들 때 광선에 의한 명암의 톤을 엄격하게 관찰해 면의 방향이나 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로봇 조각가와 인간 조각가의 대결은 기술로만 본다면 그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로봇 조각가의 압승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예술에서 기술은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기술만 있다고 해서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로봇 조각가가 창조하는 날이 올까요? 그때부터 진정한 대결이 시작됩니다.

목소리 3D프린트조각의 일부분. (출처 : gillesazzaro.com)

프랑스의 디지털 아티스트인 질 아자로(Gilles Azzaro)가 런던에서 열린 3D 프린트쇼에서 공개한 작품입니다. 제목은 ‘신산업혁명’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때 당시 3D 프린팅에 대해 "제조업의 혁명을 가져다 줄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라며 큰 기대감을 표시한 바 있습니다. 이 연설 내용을 작품 대상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콰욜라의 대표작 <스컬프처 팩토리> (출처 : 김달진미술연구소)

콰욜라의 전시장에 가면 대형 산업용 로봇이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조각하고 있는 다소 생소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기계의 힘을 빌린 사진이나 영화도 예술로 인정받는 세상”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시장에 펼쳐 놓습니다. 로봇이 만든 조각 표면에는 드릴 흔적이 잔뜩 남아있습니다. 작가는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기법에 영감을 받은 퍼포먼스”라고 말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조각가로는 미켈란젤로(1475~1564)가 손꼽힙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미켈란젤로는 3부작의 피에타 조각상을 남겼습니다. 1498년 23살에 만든 바티칸 ‘피에타’, 1547~1555년 만든 ‘피에타’, 1564년 88세 때에 만든 ‘론다니니 피에타’입니다.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론다니니 피에타는 얼굴과 몸의 형체만 뚜렷할 뿐 다리와 팔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윤곽만 보입니다. 미완성 상태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죽기 4일 전까지 망치와 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만일 사람들이 내가 거장이 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했는가를 안다면, 그것은 결코 훌륭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강조한 말입니다. 4차 산업은 예술을 바꾸고 변화를 불러일으킵니다. 3D 프린팅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조각가들의 몫입니다.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서 조각가들은 앞으로 어떤 예술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미켈란젤로를 뛰어넘는 조각가가 나타날지도요.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

◇이상미 대표는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 통신부로부터 ‘프랑스 문화 자산 및 문화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외국인 최초로 수석으로 2010년에 취득했다. 파리 현대 미술 갤러리 및 드루오 경매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서래마을에 있는 이상아트 스페이스에서 회화, 설치, 조각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시와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 본 칼럼은 이데일리에 <이상미가 전하는 '4차 산업과 예술'>으로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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