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미디어아트 시장은 급성장했다. 캔버스를 벗어난 벽이나 바닥 등 다양한 공간을 도화지로 사용하는 미디어아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메타버스와 NFT의 기술적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연재로 미디어아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과 그 공간 속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다란 스크린 앞에 관람객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스크린에 통해 투사되는 파도를 배경으로 여기저기 셀카 찍기에 바쁘다. 아르떼뮤지엄 제주의 해변 전시 공간의 모습이다. 제주도는 전체가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진짜 파도 대신 가짜 파도를 보기 위해 하루 5000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관람객들은 파도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의 빛에 열광한다. 아르떼뮤지엄은 전국에서 가장 핫한 미디어아트 전시장 중 한 곳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이 일상이었던 최근 몇 년간 미디어아트 시장은 급성장했다. 미디어아트가 대세인 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물감 대신 디지털 코드가, 캔버스 대신 벽이나 바닥 등 다양한 공간을 도화지로 사용하는 미디어아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 빛의 벙커가 2020년 12월 오픈한 ‘반고흐 전’은 개막 47일 만에 누적 관람객 수 10만 명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복판에선 바다에 있는 파도를 그대로 옮겨온 듯 일렁였고, 미국 뉴욕에선 폭포가 연출됐다. 예술은 기술 발전과 더불어 변화해 왔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나온 신기술로 관람객 몰입도를 높이고 시선을 끄는 미디어아트 시장은 메타버스와 NFT의 기술적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말로만 들었던 미디어아트의 정체는 무엇일까?
◇ 미디어아트, 누구냐 넌?!
우리가 흔히 신문이나 방송들을 일컬어 부르는 미디어(media)는 라틴어 미디움(medium)의 복수형으로 ‘무언가를 매개하는 것’을 뜻한다. ‘매개’는 둘 사이에서 양편의 관계를 맺어준다는 의미다. 그림을 그릴 때 물감에 섞어서 물감이 잘 퍼지게 하고 빨리 말라서 굳게 하는 물질인 ‘전색제’도 미디엄이라고 불러왔다. 말 그대로 안료를 지지하는 캔버스 같은 바탕에 물감을 매개하기 때문이다. 회화나 조각 같은 기존 예술과는 달리 미디어아트의 특이점은 바로 이 ‘매개’한다는 것에 있다. 미디어아트는 작가와 작품, 관람객 사이를 연결한다. 가히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모두 접목해 활용한다. 현존하는 모든 매체를 끌고 와서 미디어아트로 만들 수 있다.
미디어아트는 글자, 소리, 이미지를 구성 요소로 표현된다. 넓은 의미의 미디어아트는 사진이 발명된 19세기 이후 등장한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예술을 다 포함한다. 좁게는 TV라는 매체를 통해 비디오 아트를 창시한 백남준을 미디어아트의 출발지로 보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그 영역을 확장해오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위성방송, 인터넷, 웹사이트, 컴퓨터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CD-ROM, DVD, 모바일, 무선, GPS, 게임, 사운드 생성 기기, 로보틱스, 나아가 가상현실까지 미디어아트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오늘날 미디어아트는 인터랙티브 아트, 디지털 아트, 웹 아트, 인터넷 아트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